그 시간동안 나는 네가 떨쳐낸 나를 붙잡고, 내가 떨치지 못한 너도 붙잡아놓고, 아무것도 떨치지 못했음에, 내가 그토록 바랬던 시간은 다 어디로 쓰여졌는지 되묻지도 못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흐르는 시간이 많은 것을 깍아가듯, 나 역시 깍여갈 것임을 나는 시간 속에서 그럴 것임을 그저, 그 시간 하나만을 믿었던 것이다. 더 빠른 흐름으로 흘러 더 깊고 날카롭게 그리고 짧은 시간으로 너로 덮여있던 내가 깍여가기만을 바랬다.
아마도, 나는 처음부터 네 두께를 가늠하지 못했고, 내 부피 역시 계산하지 못했음이 맞다. 나는 무엇이 깍여가는지, 패여가는 것이 너인지, 과거인지, 지금의 나인지 알 수도 없게, 시간은 매몰찼다.
그러나 내 표피에 네 두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표피를 바깥에 두고 네가 그 안에 있었던 것이다. 깍아간 것은 그냥 나이고, 남은 것은 너를 끝까지 감싸고 있던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