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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j 2014. 3. 14. 00:01

"세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니라네"

 

하며 처창한 낯빛으로 나에게 말하던 그때의 그 말을 나는 오늘까지도 기억하여 새롭거니와 과연 그 후와 나는 M군의 그 말과 같이 내가 생각던 바 그러한 것과 같은 세상은 어느 한 모도 찾아 낼 수는 없어 모두가 돌연적이었고 모두가 우연적이었고 모두가 숙명적일 뿐이었다.

 

"저들은 어찌하여 나의 생각하는 바를 이해하여주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야 옳다 하는 것인데 어찌하여 저들은 저렇게 생각하여 옳다 하는 것일까."

 

이러한 어리석은 생각은 하여볼 겨를도 없이

 

"세상이란 그런 것이야. 네가 생각하는 바와 다른 것, 때로는 정반대되는것. 그것이 세상이라는 것이야!"

 

이러한 결정적 해답이 오직 질풍신뢰적으로 나의 아무 청산도 주관도 없는 사랑을 일약 점령하여버리고 말았다. 그 후에 나는

 

"네가 세상에 그 어떠한 것을 알고자 할 때에는 우선 네가 먼저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여보아라. 그런 다음에 너는 그 첫번 해답의 대칭점을 구한다면 그것은 최후의 그것의 정확한 해답일 것이니."

 

하는 이러한 참혹한 비결까지 얻어놓았다. 예상 못한 세상에서 부질없이 살아가는 동안에 어느덧 나라는 사람은 구태여 이 대칭점을 구하지 않고도 쉽사리 세상일을 대할 수 있는 가련한 '비틀어진' 인간성의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인간을 바라볼 때에 일상에 그 이면을 보고, 그럼으로 말미암아 '기쁨'도 '슬픔'도 '웃음'도 '광명'도 이러한 모든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감정의 권위를 초월한 그야말로 아무 자극도 감격도 없는 영점(點)에 가까운 인간으로 화하고 말았다. 오직 내가 나의 고향을 떠난 뒤 오늘까지 십유여 년간의 방랑 생활에서 얻은 바 그 무엇이 있다 하면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난 사람은 끝끝내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울어야만 한다. 그 가운데에 약간의 변화쯤 있다하더라도 속지 말라. 그것은 다만 그 '불행한 운명'의 굴곡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어그러진 결론 하나가 있을 따름이겠다. 이것은 지나간 나의 반생의 전부요 총 결산이다. 이 하잘것없는 짧은 한 편은 이 어그러진 인간 법칙을 '그'라는 인격에 붙여서 재차 방랑 생활에 흐르려는 나의 참담한 극한 과거의 공개장으로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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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대한 최후의 복수는 내 몸을 사바로부터 사라뜨리는데 있다."

고, 그러나 나는

"신에게 대한 최후의 복수는 부정되려는 생을 줄기차게 살아가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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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차게 살 것을 맹세하는 것일세. 과거를 너무 지껄이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면 장래를 너무 지껄이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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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이렇게 악지를 쓸 때에 나는 스스로 내 몸을 돌아다보며 한없는 연민과 고독을 느끼는 것일세. 물에 빠져 애쓰는 사람의 목이 수면 위에 솟았을 때 그의 눈이 사면의 무변대해임을 바라보고 절망하는 듯한 일을 나는 우는 것일세. 그때마다 가장 세상에 마음을 주어 가까운 사람에게 둘러싸여 따뜻한 이불 속에 고요히 누워서 그들과 또 나의 미소를 서로 교환하는 그러한 안일한 생활이 하루바삐 실현되기를 무한히 꿈꾸고 있는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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