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생각들로 적어내면서 토해내지 않으면 그 곳에 갇힐 정도의 생각들은 가득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지우는 연습을 혹은 무뎌지는 연습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조금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번복되는 연습으로 정작 나아진 것은 없다. 그래. 사실상 내가 나아진 것은 아니다.
쌓여있던 짐들은 내팽겨쳐 놓고, 짐 속에 있던 스피커를 찾아내 텅빈 방안에 스피커만 세워놓고 음악만 들었다. 소리를 흡수할 어느것도 없는 방안은 웅웅 음악을 울렸다. 울리는 소리안에 나는 갇혀 앉았다.
곧, 나는 네가 주었던 음악들을 아마 너보다 더 많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주절거리는 두서 없는 글이다. 쏟아내던 생각이 있을 적엔 그것이 웅덩이에 가득찬 물을 걷어내는 일인줄 알았는데, 지금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라도 말하기 위해 말하는 나를 보니. 아. 그것 또한 습관이었다.
그때는 나는 말하지 않으려 손으로 입을 막았는데, 그 말은 손가락 틈 사이로 흘러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