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창문을 열어놓았더니 방안에 찬바람이 돌았다. 창문을 닫고 한참이 지나서야 방안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갑자기 느닷없이 어마어마하게 좋은 전시가 보고싶은 것이다. 중요한건 굉장히 좋은, 압도적으로 좋은.
그리고 지금은 저 구석에 쳐박혀 있는 독일어책을 다시 꺼내고 싶어졌다.
좋아하던 것은 왜 좋아하던 그것 그대로 멈춰있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왜 변해서 계속해서 좋아할 수 없게 만드는걸까.
꽂병에 있던 꽃은 말라 고꾸라졌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날 그 사람에게 맞춰 바꾼 메니큐어 색깔도 시시해졌다.
모두가 외면하는 꿈은 왜 뜬금없이 꾸게 되는 것일까. 곁에 아무도 없는 것.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부정하게 되는 것.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악몽을 혼자 꾸고 잠에서 깨어 혼자 울게 되는 걸까.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혹은 싫어하는 것 혹은 피하는 것-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그 시간에 나는 끝까지 웃었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온갖 리액션들을 취해놓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침대위에 그대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