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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j 2013. 11. 14. 01:24

말린 자두 몇 개를 먹고, 몇 개의 마른 바나나 조각이 남아 있었다. 고개가 아래로 늘어진 말라버린 국화가 있었고, 구깃해진 휴지조각이 있었다. 따뜻하기도 했던 레몬차가 아직 컵에 담겨 있었고, 새로 주문한 커피는 따뜻했다.

 

다행히도 아직 내겐 바디로션의 냄새가 남아있었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지만 누군가를 기다리 듯이 있었다. 짧게 끊어치는 둣한 글들을 썼고, 가게 안의 주인의 웃음은 돈이 되는 듯했다.

 

모든 글이 남고 아니 남긴 것들은 모두 남고, 남기고자 했었던 것들은 남아버렸다. 물론, 과거의 것들이 모두 남은 것처럼 의아한 것들도 남아있었다.

 

쉬워지려 노력했던 것들은 무의미와 더불어 잘 융화되었다. 언제나 하나만 오지 않고, 원했던 것과 원하지 않았던 것이 같이 왔다. 결국은 고를 수 있었던 것이 없었던 것처럼 버릴수도 없는 것을 가지고 왔다.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를 말들을 나는 내뱉아 내고 있었고, 볼펜의 잉크가 닳아가고 있었다. 가만히 응시하던 것이 움직이고, 나는 초점을 잃게 되었다.

 

식은 것들이 맛을 잃게 되는 것처럼 그것의 애정의 온도가 식었다.

온도가 붙어 표현되어진 것들은 변한다는 전제가 같이 붙는다. 이것은 틀림없는 진실이다. 혹은 온도란 변화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온도를 유지하는 것. 그처럼 힘든일 대신에 그저 변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변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마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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