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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j 2013. 12. 20. 03:47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젊은 시절에도 나는 젊지 않았어
때때로 날은 흐리고
저녁이면 쓸쓸한 어둠뿐이었지
짐 실은 소처럼 숨을 헐떡였어
그 무게의 이름이 삶이라는 것을 알 뿐
아침을 음악으로 열어보아도
사냥꾼처럼 쫓고 쫓기다 하루가 가고
그 끝 어디에도 멧돼지는 없었어
생각하니 나를 낳은건 어머니가 아니었는지도 몰라
어머니가 생명과 함께
알 수 없는 검은 씨앗을 주실 줄은 몰랐어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젊은 시절에도 늘 펄펄 끓는 슬픔이 있었어
슬픔을 발로 차며 거리를 쏘다녔어
그 푸르고 싱싱한 순간을
함부로 돌멩이처럼



기억,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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