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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j 2013. 10. 18. 21:20

 

나는 여럿이 아니라 하나

나무이파리처럼 한 몸에 돋은 수백 수천이 아니라 하나

파도처럼 하루에도 몇 백년을 출렁이는

울컥임이 아니라 단 하나

하나여서 뭐가 많이 잡힐 것도 같은 한밤 중에

그 많은 하나여서

여전히 한 몸 가누지 못하는 하나

 

한 그릇보다 많은 밥그릇을 비우고 싶어하고

한 사람보다 많은 사람에 관련하고 싶은

하나가 하나를 짊어진 하나

 

얼얼하게 버려진, 깊은 밤엔

누구나 완전히 하나

가볍고 여리어

할 말로 몸을 이루는 하나

 

오래 혼자일 것이므로

비로소 영원히 스며드는 하나

 

스스로 닫아걸고 스스로를 마시는

그리하여 만년설 덮인 산맥으로 융기하여

이내 녹아내리는 하나

 

 

 

 

혼자.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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