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타인과의 거리가 너무 좁은 사람보다는 타인과 자신만의 그 거리를 유지해주는 사람이 내겐 더 편한 사람이다. 무턱대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 그 개인적인 이야기 중에서도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하려하고-그 사람과 나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사이인가-, 그것에 대해 내 의견을 묻는 것. 이것은 되려 내게 무례하지 않는가.
당신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내게 무엇을 답하길 바라냐고 내가 되물을 수 밖에.
자신도 모르는 자신만이 내려야 되는 답을 왜 내게 묻는지 내가 되물을 수 밖에.
우리가 그런 사이냐고 묻게 되면 내가 무례한 사람이 되어버리니,
당신은 왜 이렇게 무례하냐고 물을 수도 없다.
내겐 의견도 응답도 관계, 애정, 이해의 문제다. 당신도 내가 이상하겠지만, 나도 그런 당신이 이상하다. 타인을 쉽게 자신의 문제로 끌어들이는 사람, 담장이 낮은 사람, 아니 담장이 없는 사람. 누구든 들일 수 있는 사람. 경계선이 좁은 사람 아니 경계선이 없는 사람. 자신의 문제의 답을 밖에서 찾는 사람. 그것이 더 쉬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