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고 싶었다. 아쉬움도 없이.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지꺼기도 걸러내어 그곳에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었다.
그러나
돌아온 지금은. 정말 그것을 버리고 왔는지. 아니. 인연의 존재에 대한 갈망만 더 보태어 왔는지. 왔으면 가는 것이 세상의 순리이며 사람의 마음을 부탁할 수 없는 것은 이치라는 것을. 알지만 그곳에마저 버리지 못하고 더욱이 가난한 마음을 들고 다시 돌아왔나보다.
가난하다. 내 몸과. 마음과. 게다가 정신까지.
세상을 살아가는데 당연하다고 넘겨야 하는 것들을 얼마나 더 겪어보아야 그래. 그건 당연한 일이지라며, 아쉬움이 없는 얼굴로 넘길 수 있을지. 아쉬움없이 살자.며 뒤돌아 섰는데. 그 순간마저 아쉬움에 넘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