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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j 2010. 7. 3. 22:10




1

이를테면 빙하는 제 속에 바람을 얼리고 수세기를 도도히 흐른다
극점에 도달한 등반가들이 설산의 눈을 주워 먹으며 할 말을 한다 몇백 년 동안 녹지 않았던 눈들을 우리는 지금 먹고 있는거야 얼음의 세계에 갇힌 수세기 전 바람을 먹는 것이지 이 바람에 도달하려고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거룩한 인생에 지각을 하기 위해 산을 떠돌았어 그리고 이따금 거기서 메아리를 날렸지


삶이
닿지않는 곳에만
가서
메아리는
젖는다

메아리는 바람  앞에서 인간이 하는, 유일한 인간의 방식이 아니랄까
어느 날 거울을 깨자 속에 있던 바람이 푸른 하늘을 향해 만발한다
그리고 누군가 내 얼굴을 더듬으며 물었다 우선 노래부터 시작하자고



2

바람은 살아있는 화석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뒤에도 스스로 살아남아서 떠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 속에서 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바람의 세계 속에서 울다 간다

바람이 불자
새들이
자신의
꿈 속으로 날아간다

인간의 눈동자를 가진 새들을 바라보며 자신은 바로 오는 타인의 눈 속을 헤맨다
그것은 바람의 연대기 앞에서 살다 간 사람들의 희미한 웃음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바람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농담 정도





김경주 / 바람의 연대기는 누가 다 기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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