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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j 2014. 12. 30. 02:53

 

 

엄마가 치마를 마당에 벗어놓고 사라진 날

나는 처음으로 치마를 입고

이상한 나라의 미소를 알아본다

 

처음으로 엄마가 남의 집 대문을

몰래 따고 있을 때

그 집엔 당신 말고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아요

나는 엄마를 백일째  기다리다가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

녹아버린 눈 같아요

 

엄마가 눈 위에 오줌을 눈다

얘야 날 왜 지붕위로 데려왔니?

여긴 엄마의 흰 머리캉이

하늘로 다 날아날 때까지 바람이 부니까요

 

눈이 내리면 나는 노트`위에 물을 그려요

누구의 일부라도 될 수 있는 물을

 

그런 말 마라 네 몸엔 분명

내 몸의 일부만 흐르고 있다

 

오랜만에 한 베개에 나란히 누우니 좋다

그런데 얘야 네 흰 머리칼 냄새 때문에

도무지 잠을 못 자겠구나

슬픔이 조금 모자라도 길게 이어진다

 

당신의 치마 속으로 들어간

수십만 그루의 촛불들이 술렁인다

흰 구름의 일부처럼 당신은 인파 속에 잠들어 있다

대문을 열어두고

나는 당신을 찾으러 간다

 

당신이 더 이상 나를 못 알아보는 날부터

아무도 모른다

당신이 알아보는 나는

 

 

 

아무도 모른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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