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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 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절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

z 201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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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누군가를 두고 왔다면 혼자 보게 되는 아름다움 앞에서는 늘 무릎이 푹푹 꺾일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찬란한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수 없는 슬픔은 표현되는 슬픔이 아니다. 혼자 보는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 있어. 라는 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향한, 다다를 수 없는 것을 향한, 고독한 고백이기도 해서 누구나의 심장을 관통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 아무리 애를 써도 가질 수 없는 것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는게 인간인 것이다. 그럼 인간이기에 혼자 보는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한마디는 뼈 아픈 것이다. 물이 나오지 않는 왕궁

z 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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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팍팍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z 200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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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유의 가치 그리고 타고난 자유에 대한 열망을 인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타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나의 이러한 말을 의심하면서, 자유가 가장 높은 가치와 천무적인 충동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그에게 정중하지는 않지만, 마땅히 그가 들어야 할 대답을 주겠다. 즉 그 사람은 동물로부터 설교를 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는 자연과 자연의 본원적 특질에 관해서 오로지 동물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다. 자발적 복종

z 200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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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주 단순한 거지. 단순한 공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이다. 여자란 자궁이며, 난소이다. 여자란 암컷이다. 이 암컷이라는 말은 여자를 정의하기에 충분하다. 남자의 입에서 암컷이란 형용사는 경멸하는 말처럼 발음된다. 하지만 남자는 자기의 동물성을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그 반대로 그를 가리켜 '저건 수컷이야!' 하면 더욱 득의만만해진다. 이 암컷이라는 말이 경멸의 언사로 들리는 이유는 여자를 자연속에 놓아두지 않고, 그녀의 섹스(性)속에 감금시키기 때문이다.

z 20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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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 그리워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그리움이 마음의 모퉁이에서 눈물이 고이도록 번져나가면 간절한 맘 잔뜩 쌓아놓지 말고 망설임의 골목을 지나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 무슨 사연이 그리 많아 무슨 곡절이 그리 많아 끈적 끈적 달라붙는 보고픈 마음을 근근이 막아 놓는가 그렇게 고민 하지 말고 애타는 마음에 상처만 만들지 말고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 보고픈 생각이 심장의 혈관까지 찔려와 속병이 드는데 만나지도 못하면 세월이 흐른후에 아무런 남김이 없어 억울함에 통곡한들 무슨 소용인가 남은 기억 속에 쓸쓸함으로 남기 전에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 그리워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마음의 갈피를 못잡고 뻣골이 사무치도록 서운했던 마음 다 떨쳐버리고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 - 용 혜원

z 2009.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