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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j 2022. 6. 4. 04:28

방향이 존재한다면 어떤 문장으로 시작해도 상관없다. 언젠가는 미리 정해놓은 결말에 도착할 것이다. 방향이 분명치 않는다면 함부로 문장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아무렇게나 쓴 문장에도 가리키는 방향이 있다. 그것은 다음 문장에 영향을 미치고, 마침내 결말의 방향을 한정하고 말 것이다. 문제는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고, 그것이 매우 나쁠 경우다. 그럴 때면 제자리에 머무는 글쓰기를 해야한다. 앞으로 가면 다시 돌아온다. 시계 방향으로 일정하게 원을 그린다. 이것이 어렵다면 비슷한 문장을 반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제자리에 머물 수만 있다면, 어쩌면 슬픈 결말에 도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가지. 제자리에 머무는 글쓰기 앞에서는 사실상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글쓰기를 멈추거나 같은 문장을 반복하며, 진짜 제자리에 머무는 순간 세계는 무너질 것이다. 한없이 결과에 가까워져도 결코 마침표를 찍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