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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고 싶었다. 아쉬움도 없이.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지꺼기도 걸러내어 그곳에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었다. 그러나 돌아온 지금은. 정말 그것을 버리고 왔는지. 아니. 인연의 존재에 대한 갈망만 더 보태어 왔는지. 왔으면 가는 것이 세상의 순리이며 사람의 마음을 부탁할 수 없는 것은 이치라는 것을. 알지만 그곳에마저 버리지 못하고 더욱이 가난한 마음을 들고 다시 돌아왔나보다. 가난하다. 내 몸과. 마음과. 게다가 정신까지. 세상을 살아가는데 당연하다고 넘겨야 하는 것들을 얼마나 더 겪어보아야 그래. 그건 당연한 일이지라며, 아쉬움이 없는 얼굴로 넘길 수 있을지. 아쉬움없이 살자.며 뒤돌아 섰는데. 그 순간마저 아쉬움에 넘치는 것을.

x 200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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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터, 아니 어느날 부터였나. 내 주위 모든 것들이 시시해졌다. 재미가 없어진 거다. 특히. 사람이.난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그것들로 부터 내가 떠나야 하는 건가. 꼭 무엇을 해야하나. 그냥 그대로. 놔둬. 적막 속에서 들리는 더 시시한 소리. 난 그들과 무엇을 하며 어울렸나.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래도 웃음은 있었지. 그런데 무엇때문에. 웃었나. 사사로운 것들이 뭐가 그렇게 웃음소재가 되었었나. 그들은 그 때와 같다. 거기 그곳에 그때와 같은 웃음을 짓고 있다. 재미가 없다.

x 2009.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