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그 추함이나 악의를 넘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이 사실은, 바로 그 추함이나 악의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한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생각이 자비가 아니라 하나의 인식에 관한 문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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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정말로 뛰어난 것이라면, 설사 내가 감추어 놓았다 하더라도 스스로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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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고독은 인간의 비참함 조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비밀스러운 존엄성, 뿌리 깊이 단절되어 있어 서로 교류할 수 없고 감히 침범할 수도 없는 개별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어렴풋한 인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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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의 고독에 대하여
그- 언젠가 방 한구석에 놓인 의자 위에 걸쳐진 수건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순간, 개개의 사물이 홀로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사물이 다른 사물을 짓누를 수 없도록 하는 무게-아니 차라리 무게의 부재-를 갖고 있다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소. 홀로 있는 그 수건은 너무도 혼자인 듯해서 의자를 슬며시 치워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어요. 수건은 자기 고유의 자리, 무게 그리고 자기만의 침묵까지도 가지고 있었던 거요. 세상은 가볍고도 가벼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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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스스로의 내면으로 도피해, 마치 바닷물이 멀리 빠져 나가 물가를 저버릴 때처럼, 가능한 한 더 깊이 자기 속으로 웅크러들 때 자기 안에 끝까지 남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 비밀스런 장소 -물가를 저버리고 찾아드는 곳-. 달리 어떻게 묘사할 수도 더 자세히 그릴 수도 없는, 그러나 누구든 거기에 몸을 감추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존재가 되는, 그러한 곳으로 숨어들어 가 있는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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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혼자다. 그러므로 내가 사로잡혀 있는 필연성에 대항해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가 지금 이대로의 나일 수밖에 없다면 나는 파괴될 수가 없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 그리고 나의 고독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신의 고독을 알아본다."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장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