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그렇게 힘든 작업은 아니다, 내 생각엔 -감히 말하건데- 얼굴을 바로 떼어 놓고 바라보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즉 얼굴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것들을 치워 버리고, 얼굴과 그 나머지 것들이 서로 뒤섞여 얼굴 이외의 점점 더 모호한 의미로 한없이 달아나 버리려는 것을 시선(주의력)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혹은 하나의 얼굴을 세상과 단절시켜 바라 볼 수 있는 고독을 가질 수 있다면, 그 때 이 얼굴 위로 -혹은 이 사람, 이 존재 또는 이 형상으로- 모여들어 중첩되는 것이 얼굴의 유일한 의미이다. 얼굴에 대한 미학적 인식을 가지려면 역사적 인식을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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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대상은 무한한 자기의 공간을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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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그 추함이나 악의를 넘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이 사실은, 바로 그 추함이나 악의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한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생각이 자비가 아니라 하나의 인식에 관한 문제라는 점이다. 자코메티의 시선은 오래 전부터 이 점을 읽어내어 우리에게 재구성해 주었다. 내가 느낀 그대로를 말하자면, 그의 조각상들에게 분명히 드러나는 이 혈통적 유사성은, 개개의 인간 존재가 마지막으로 모여들게 되는 지점, 더는 다른 무엇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 소중한 귀착점에서 비롯하는 것 같다. 다른 모든 존재와 정확하게 똑같아지는 우리들 각각의 고독의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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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고독은 인간의 비참한 조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비밀스런 존엄성, 뿌리 깊이 단절되어 있어, 서로 교감할 수 없고 감히 침범할 수도 없는 개별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어렴풋한 인식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