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밤을 가두던 노란 스탠드 불빛아래 온통 타버려 형태도 알 수 없는 재를 모아두듯 그것들에 의존하여 모르는 인간의 표정을 나는 적었다. 버려진 말들과 적자마자 죽어버린 말들과 죽어도 죽지않은 말들을 모아두고서, 나는 도무지 멈출 수 없었던 칠흑과 다르지 않게 느껴지던 잠시이자 종착으로 믿게 되던, 그러니까 몸으로 굴려가며 아니고 싶었던 눈 멀고 환한 그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그 심정과 절망을, 훈장처럼 달고서 온 길을 걸었다. 나는 아주 먼길까지 달릴 수 있었고, 그것은 바람이었다 더 없이 높고 거친 산이었다. 그곳에 위협하듯 자라나고 있던 나무들이었다. 그러니 어떻해야 나는 이것들을 다 쓸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이 모름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토록 뻔한, 유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