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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앞을 상상하고, 생각해보아도. 그곳은 없다. 시야의 '白'에 나는 갇혔다.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하얀 사각형 안의 그곳에 앉아 손톱을 물어뜯는다. 없다. 오늘 내가 없다. 그래. 오늘 내가 불안하다. 발은 계속 떨리고, 정신은 제 위치에 있지 않고, 심장은 불규칙적이다. 아이야, 돌아와. 여기로 와서 내 옆에 앉아줘. 그리곤 나에게 조금은 더 순수한 이야기를 들려줘.

x 200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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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몇날 몇일을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지겹다. 존재하는 너를 본 것도 아닌데, 기억 속의 너의 존재를 아무것도 없는 눈으로 보게된다. 그리고 지겹다. 그리고 너를 꺼버렸다. 그리고 너가 재미가 없다. 기억에서 너를 끄집어 내, 내 앞에 두는 것도, 그 때의 너와 나를 떠올리는 것도. 재미가 없다. 네가. 지루하다. 지루한 너를 토해내고 싶다. 헛구역질이 날만큼 별로다. 너의 모습을 그리려 하니 미간이 찌그 러진다. 됐다. 그냥 헛웃음만 내자. 그리고 너를 피하자.

x 200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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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이되는법 문이 없는 문간을 찾거나, 문이 있는 문간에서 문짝을 떼어낸다. 문짝이 없는 문간을 안쪽을 향하여 가로막고 선다. 문틀의 생김새에 따라 안쪽으로 열리는 문이 될지, 바깥쪽으로 열리는 문이 될지를 정한다. 한 손으로 문쩌귀 쪽 문틀을 붙들고, 다른 한 손은 약간 들어 올린다. 누가 들어가거나 나가려해도 비켜주지 않는다. 단, 들어올려져 있는 쪽 손이나 팔꿈치를 비틀고, 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밀거나 당기면 다른 한 손으로 문쩌귀를 잡은 채 비켜준다. 또한, 누군가 들어 올려져 있는 손의 엄지손가락을 구부 리면 문이 잠기는 것이므로, 바깥으로 여는 문의 경우, 앞에서 손을 비틀고 밀거나, 뒤에서 팔꿈치를 손가락으로 찌르고 비틀며 당기지 않는 한 비켜주지 않는다. 이 모든 내용을 사용자들에게 ..

z 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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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k를 보며 나는 정신조차 없던, 타인에 대한 생각이 무척이나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던, 남녀의 사귐에 대한 생각과 관념이 아무것도 없던 그 때의 나를 만났던 k에게 무척이나 미안했다. 그때의 헤어짐 후 이별의 아픔조차 없던 내가. 그것에 대해 전혀 무지한 내가. k를 보며 왜 우리가 다시 못 볼 사이는 아니지 않냐고 말한 내가. 이제와서 미안했다. 그 시간에는 친구들과 다같이 모인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k를 마주봐놓고, 왜 7년이 지난 지금 그가 불편해서 친구들과의 자리를 피하게 되는지. 따뜻했던 너에게, 그때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이제와 미안하다. 이제와 알게 되었기 때문이겠지. 그것을 알기 때문에. 더 미안하다. 결국은 상처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도, 아무것도 몰랐던 나 때문에 ..

x 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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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내게 다짐해줄수있나요?" " 당신을 평생 가슴에 담을 순 있어요." 오랜만에 열어본 그 때의 대화를 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사랑을 믿었던 당신과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사랑 자체를 의심했던 나의 대화를. 가벼운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던 내 모습을. 아마도 지금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어느 누구를 만난다면 나 역시 물을테지, 평생을 내게 다짐해 줄 수 있느냐고, 이젠 사랑을 믿으니, 그 사랑을 함께 하고 싶을테니. 영원한 사랑이 아니라. 운명을 믿는 것이다. 나와 당신은 만날 수 밖에 없었다는. 그 형용할 수 없는 순간들을. 어쩌다 생기는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것을. 나는 그를 잃고 나서야 인정한 것이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뭐 별 대수로운 일이라고, 그걸 가슴에 담아 놓는냐고, ..

x 200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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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죽었고,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종종 J는 자신이 왜 살아있어야 하는 지에 대한 물음을 대단히 중요한 문제처럼 자주 입밖으로 내곤 했다. '우린 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도 못하면서 왜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질문 역시 심심치 않게 꺼냈었던 그녀다. 자신이 세상에 존재해야하는 존재의 이유. 존재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존재에 대한 무의미함이 아니라 그녀는 그렇게도 자신의 존재를 감싸고 싶었던 것이다. 세상과 떠나고 싶었던게 아니라 너무나도 살고 싶었던 그녀였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의 대화는 '결국 우리는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사는 구나'로 끝나고, 더 비워진 그녀의 눈만이 남았었을 뿐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선택한 자살은. 그녀의 답이다. 그녀는 그렇게 존재의 이유도 없이 살..

x 2009.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