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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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 하던 때는, 언제나 나는 그 공간을 참지 못했다. 너를 향했던 나의 격한 감정이든지, 그 순간의 행복뿐이 였기 때문이라든지, 너의 무거움이 나를 숨막히게 했다던지, 내뱉지 않는 너의 표정에 지쳤던지, 너의 부재를 나는 견딜수 없었다든지. 각각의 이유들은 함께 했다. 나의 감정을 건드리는 너를 나는 참지 못해 언제나 도망을 준비했다. 그리고 네가 떠난 후에야 나는 오열했다. 

x 201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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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생각들로 적어내면서 토해내지 않으면 그 곳에 갇힐 정도의 생각들은 가득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지우는 연습을 혹은 무뎌지는 연습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조금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번복되는 연습으로 정작 나아진 것은 없다. 그래. 사실상 내가 나아진 것은 아니다. 쌓여있던 짐들은 내팽겨쳐 놓고, 짐 속에 있던 스피커를 찾아내 텅빈 방안에 스피커만 세워놓고 음악만 들었다. 소리를 흡수할 어느것도 없는 방안은 웅웅 음악을 울렸다. 울리는 소리안에 나는 갇혀 앉았다. 곧, 나는 네가 주었던 음악들을 아마 너보다 더 많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주절거리는 두서 없는 글이다. 쏟아내던 생각이 있을 적엔 ..

x 201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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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린 샛바람이 숨을 고르고 오늘은 언덕위로 놀러왔어요 떠날 때는 엉긴 손짓 내젓더만요 오늘은 마음씨도 풀어졌어요 저 멀리 읍내장터 내다보며는 바람 따라 우리 님도 오실 거 인데 우리 님 구두끈 동여맬 틈에 소슬바람 한발 먼저 오실텔게요 겨우내 말라버린 손목이지만 오늘은 욕심만치 꽃을 모으고서 우리 님 오실 때엔 안겨 주리다 수국화 한 다발을 안겨 주리다 종일토록 피는 마음을 종일토록 피는 마음을

z 201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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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 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절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

z 201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