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엔 아무것도

3월7일 나는 창에 비친 나를 외면하며 창밖에 너의 머리끝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러나 나는 너를 볼 수 없을 것이다. 너는 이 길을 지나가지 않을 테니까.

모두가 죽는다. 소녀도 죽고, 노인도 죽는다. 이 얼마나 공평한가.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멈추지 않는 상대적 가치에서 놀아나는 일이다. 인간이 각각의 방에서 태어나 탄생과 죽음을 홀로 지나간다면 그는 행복도 슬픔도 자괴감도 좌절도 알지 못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절망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삶이 축복이라 쉽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너는 이 침묵을 듣고 있니

당신도 역시. 나도 혼자다.

오래된 책을 사고 카페에 앉아 나는 책을 펴 킁킁 거리며 너에게 권했다. 너는 책을 받아들고 한 곳을 펴 나와 같이 킁킁 된 후, 아직은 멀었다고 말했다.

위험했던 이야기에 너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자신에게 나의 주소를 남겨라고 했다. 같은 곳에 네가 살고 있다는 것이 든든했다. 그 든든함은 네가 나를 지켜주리라는 것이 아닌, 내가 썩은 시체가 되어 발견되어질 가능성을 줄이는 일임에. 감사했다. 나의 죽음을 누군가가 곧 알게 된다는 것이, 그리고 곧 네가 나를 거두러 와 줄것이라는. 형체가 없어진 썩은내가 나는 나의 육체를 누군가 보지 않게 해줄, 혼자 없어질 지난 이야기와는 다른 가능성.

우리가 할 수 있다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일지 어김없이 의심한다.

나 어제는 당신을 그리워 아니 보고싶음이 나의 갈증이었는 줄 알았는데, 오늘이 되니 가슴의 응어리가 되었다. 내 숨을 막게 하는 고체가 되어 삼키려 하는 나의 노력이 허무하다. 뛰쳐나갈 순 없다. 서성일 순 없다. 그것은 잘못이다.

지난 이야기는 이제서야 내 것이 되었다. 더이상 누구와 고리를 물며 떠올려지지 않고도 꺼내어 볼 수 있는 오직 나의 이야기. 이렇게 된 후에서야 나는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