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내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다. 살가운 소리로 다른이를 달게 현혹시키지 못하고,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는 우스갯소리도 건내지 못하는 사람. 언제나 스스로에게마저 묵묵했던 사람. 자신을 가두고 가두고 가두다가 언젠가 그가 돌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 어깨의 짐이 너무나 무겁다. 그의 어깨에 앉아있는 나의 무거움이 언제나 죄다. x 2010.05.02
- 작은 날개짓도 무시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도 어린 나는 조금 더 큰 날개를 얻기위해 나의 작고 여린 깃털들을 얼마나 뽑고 다시 뽑았는가. 여러번의 작은 날개짓이 아닌 단 한 번의 큰 날개짓의 선을 위해. 나는 나의 피를 땅에 쏟아낸다. x 2010.05.02
- 타인에 대한 확신과 믿음은 상대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닌 그 전에 내가 그를, 그녀를 믿는 것이다. 그의, 그녀의 마음을 확인받고자 하기 전에 나의 마음에 대해 묻고 확고해야 한다. 너의 마음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말은 자신의 마음까지도 어설프게 만드는 투정일 뿐이다. 너와 나, 모두 각자의 기준치를 가지고 살고 있다. 타인에게 행하는 언행과 포용, 허용의 선을 가진다. 나의 기준치를 넘어섰다고 나는 너에게 온 힘을 다했다고 말하더라도 상대의 기준치에 따라 그를 위해 행했던 모든 나의 행동들은 혹은 조금 모잘라 졌거나. 나는 그에게 나를 보이지 않았다고 그는 말할 수 있다. 그때 나는 내 사랑이 먼지가 되어버림을 느낀다. 다시 지친 육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x 2010.04.21
- 물건 만들기는 끈기가 필요한 일이고 물건에 생명을 주는 귀한 일이며 물건을 접하며 살아가는 충실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물건에서 물러서면 자유롭게 발상할 수 있지만 물건과의 접촉은 잃고 만다. x 2010.04.21
- 그렇다. 심장의 떨림을 느끼게 해준 존재에 대해 쉬히 넘길 수 없다. 스스로가 가진 머리와 이성으로 갖가지 가져오는 이유들을 나열하며 별 일 아닌 것으로 넘기려 해도, 그 심장의 떨림을 가져다주는 존재는 잦지 않다. 수 많은 사람의 만남 중에서 姓이 다른 그들 중 존재만으로 심장을 내려앉게 만드는 이를 무엇으로 이성화 시키고 무의미화 시킬 수 있을까. 그 존재를 보는 것 만으로도 아니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몸속의 전압이 심장에 다 몰린 것 처럼 심장의 떨림이 손 끝까지 전해져 손 끝이 애리애리해지는 것. 나는 그것을 무엇이라 말하겠는가. 그것이 고백이든, 이별이든.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맴도는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 할 때는 충분히 그들이 너의 몸 속에서 돌고 돌았다. 무엇을 결정하려 하기 전.. x 2010.04.16
+ 새 한 마리 똑바로 서서 잠들어 있다 겨울 바람 찬 허리를 찌르며 지나가는 고압선 위 잠속에서도 깨어 있는 다리의 균형 차고 뻣뻣하게 굳어지기 전까지는 저 다리는 결코 눕는 법이 없지 종일 날갯짓에 밀려가던 푸른 공기는 퍼져나가 추위에 한껏 날을 세운 뒤 밤바람이 되어 고압선을 흔든다 새의 잠은 편안하게 흔들린다 나뭇가지 속에 잔잔하게 흐르던 수액의 떨림이 고압선을 잡은 다리를 타고 올라온다 불꽃이 꿇는 고압은 날개와 날개 사이 균형을 이룬 중심에서 고요하고 맑은 잠이 된다 바람이 마음껏 드나드는 잠속에서 내려다보면 어둠과 바람은 울부짖는 한 마리 커다란 짐승일 뿐 그 위에서 하늘은 따뜻하고 환하고 넉넉하다 힘센 바람은 밤새도록 새를 흔들어대지만 푸른 공기는 어둠을 밀며 점점 커가고 있다 날개를 펴듯 끝.. z 201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