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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결국 우리가 엮어 놓은 기억뿐이다. 각자 자기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한 빛깔을 고른다. 나는 백금 사진의 영구적인 선명함을 고르고 싶다. 그러나 내 운명에는 그런 빛나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나는 모호한 색깔들과 불분명한 미스터리,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인생의 이야기는 세피아빛 초상의 색조를 띤다

z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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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이 아름다움이란 대상에 부여된 속성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주체의 판단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펼칠 때—“그냥 네가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잖아?”—우리는 타자의 판단을 감히 교정하려고 들지 말라는 모종의 도덕 명령을 떠올려볼 수 있다. 흄은 이 지점을 좀 더 명확히 한다. 아름다움은 사물들 자체 안에 존재하는 성질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사물들을 관찰하는 정신 안에만 존재하며, 각각의 정신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지각한다. 어떤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곳에서 다른 사람은 추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개인은 주제넘게 다른 사람들의 정감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정감만을 묵묵히 따라야 한다. 실재하는 아름다움이나 실재하는 추함을 발견하려는 것은 실재하는 단맛이나 실재하는 쓴맛을 주제넘게..

z 2023.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