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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에게, 하늘에 떠 있는 별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그들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해주며, 웃어주던, 그리고 우주를 좋아하던 그 사람이 생각났다. 그 때의 난 우주와 별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별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그 사람이 좋았다. 그것을 설명하고 있는 그의 표정과 눈을, 별을 가르키는 그의 손짓을 좋아했다. 사람의 표피에 집착하는 사람들에 구역질이 나왔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어떻게 그 얇고 얇은 표피 하나로 선택할 수 있는지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그건 너무나 탁했다. 그래서 그 속을 난 볼 수 없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반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람의 생각을, 사상을, 취향을, 일상을 좋아하게 되는 것, 그의 지식을 탐내고 싶은 것, 그의 행동과 표정에 반하는 것. 이야기가 나누어 지는 ..

x 200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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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누군가를 두고 왔다면 혼자 보게 되는 아름다움 앞에서는 늘 무릎이 푹푹 꺾일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찬란한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수 없는 슬픔은 표현되는 슬픔이 아니다. 혼자 보는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 있어. 라는 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향한, 다다를 수 없는 것을 향한, 고독한 고백이기도 해서 누구나의 심장을 관통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 아무리 애를 써도 가질 수 없는 것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는게 인간인 것이다. 그럼 인간이기에 혼자 보는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한마디는 뼈 아픈 것이다. 물이 나오지 않는 왕궁

z 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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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린아이의 투정이고, 무엇에 대한 질투이고, 어린 유치한 마음이다. 정확히 나는 그 어느때 보다 유치해 있다. 너는 너였고, 나는 나였으므로 사실 나 아닌 다른이가 가진 것들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네가 가진 것을 내가 탐내어봤자 그것은 내 것이 아님을 충분히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왜. 지금 나는 미숙한 모습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아이가 보이는 텅빈 것에 대한 조름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한번 던져보는 투정같은 것이 필요했다고 말하기엔 내가 더 어려지는 이야기다. 이젠 네가 하는 말에도 투정이고, 지나가는 이의 자체도 질투고, 나 아닌 모든 것이 부럽다. 유치한 발작에 배가 아프다. 벌어진 입 사이에서는 지렁이무리가 기어나오는 느낌에, 스치는 생각마저도 거짓인 것 같다. 온 ..

x 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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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고있어. 목숨에 값이 없다는걸. 하지만 죽어가는 그녀와 그들을 볼 때마다 살아있는 내가 죄스러웠다. 제 스스로 빛을 내어 밝히며 살던 그들은 제 무게가 무거워 당당히 극의 죽음을 택하는데 빛조차 없는 내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게 내 삶에 나의 존재에 수치심을 더했다. 존재의 크기로 목숨의 선을 긋는다면, 너와 나는 얼만큼을 살 수 있을까. 궁금했다. 살아있는 나의 물음. 같은 것.

x 2009.11.20